되돌아보아 눈 부신

<질마재 신화>. 서정주.



고 아저씨는 신령이었을까요? 씨부렁대면 수염 긴 노인네들 이 털고 벙글싱글 웃었구요, 아닌게아니라 말 못 하는 바보들도 벙끗싱끗 웃었어요. 까막눈귀라 나는 몰랐을까요. 헐겁게 펄럭이는 옷바짓자락에 풍덩풍덩 빠지던 새, 꽃, 바람, 짐생들, 손 대이는 게 다 詩 인 줄 몰랐을까요. 되돌아 봐야 그 마당 보이는 걸까요. 자세히 귀기울이면 분명 말이 말 같기는 한데 꼭 그렇지 만두 않은 것이 울음 같기두, 노래 같기두, 웃음소리 같기두, 아니면 접히고 개킨 이불 속에 나는 소리 같기두 하구, 병신 머저리 으흐엉 흐엉아 대는 소리 같기두 하구. 아모튼 모조리 다 섞어 넣어 불어 제끼는 입피리 소리 같기두 한 게 나는 도무지 모르겠시요. 얼마나 천치같이 살아 봤길래 저런 얼투당투 않은 소리 막 해제낄까요. 얼마나 천사같이 살아 봤길래 저리 말 같지 않을까요. 싸질러진 사람이면 모두 앉은뱅이 재곤이처럼 살다 가는 이승에서 힘쓰셨소, 욕보셨소. 이제 피 안도는 곳 봄 안오는 곳 피는 흰 꽃에 몇 자 적다가 불려가는 어느 구름 끄트머리에서 편히 쉬소, 아조 쉬소.

Posted by Counter-Songwriter 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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