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삶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 수밖에.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남은 삶을 살아갈 세계를 결정해야만 하는 때가 오기 때문에, 그리고 그 세계의 테두리를 알아차리는 순간 곧 포기해야 하는 삶의 여백이 뚜렷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생각과 울음은 모두 여기에서 저기로 흘러나갈 것이기 때문에. 어떤 순간부터 삶이 단지 기다림의 자세라는 것을 알게 된 시인은 앉은 자리에서 ‘남은 빛’을 세고 있다. 그것은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당신과 만나지 않’는, 여백의 자리를 지킴으로 해서 삶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책상에 강물을 올려’ 놓는다. 책상에 앉아 삽처럼 詩를 파내려 가고자 하는 수직의 견고함이, 인생과 시간처럼 수평으로 계속 흐르며 변화하는 강물과 합쳐져 시인이 결정한 세계의 단단함을 증명하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이미지로 화한다. 부동을 견지하면서도 여백을 에둘러 아우르려는 조용한 다짐이 그려놓는 세계 속에서 온갖 빗소리와 새벽, 밤과 빛들이 詩의 배를 드러낸다. ‘삭힐 수만 있다면 인생의 식탁을 / 풀처럼 연한 / 그런 불꽃으로 차려야’ 한다는 그는 기다림의 자리에서 그렇게 시를 떠올리고 있다. 그 떠올림만으로 세상의 빈자리들이 뜨거워진다. 마치 밤 시장에 불빛이 들어오듯.

Posted by Counter-Songwriter 우주연